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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지털 노마드의 세금 신고, 선택 아닌 ‘의무’
디지털 노마드라는 라이프스타일은 국가 경계를 넘는 자유로운 이동과 원격 근무를 핵심으로 하지만, 세금 문제에서는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로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이 “나는 특정 국가에 상주하지 않으니 세금 신고 의무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위험한 착각이다. 대부분의 국가는 ‘거주자 기준 과세’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에서 얼마만큼 체류했는지가 중요한 과세 기준이 된다. 단순히 물리적으로 머문 날 수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주거지 유무, 가족의 위치, 경제적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세법상 거주자로 판정한다.

디지털 노마드도 세금 신고 의무가 있을까? 나라별 가이드


예를 들어, 어떤 디지털 노마드가 포르투갈에 6개월 이상 체류하고, 현지 은행 계좌를 사용하며 인터넷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면, 그는 ‘세법상 거주자’로 간주하여 포르투갈에 전 세계 소득을 신고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자신이 출국한 국가에서도 아직 ‘세법상 거주자’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면, 이중으로 세금이 매겨질 위험도 존재한다. 이렇듯 국경을 넘나드는 디지털 노마드일수록, 세금 신고 의무는 더 복잡하고 조심스러운 문제가 된다. 따라서 ‘어디에서 살고 있는가?’가 아니라 ‘어디에서 세법상 거주자로 판단되는가?’가 관건이다.

2. 미국: 국적 기반 과세의 대표 사례
미국은 세계에서 몇 안 되는 ‘국적 기반 과세’ 국가로, 미국 시민권자 혹은 영주권자(Green Card 소지자)라면 지구 어디에 살든 전 세계 소득을 IRS에 신고해야 한다. 이 조항은 해외 거주 중인 미국 디지털 노마드에게 특히 큰 부담이 된다. 심지어 일정 기준 이상 해외 금융자산이 있다면, FBAR(Foreign Bank Account Report) 또는 FATCA(Foreign Account Tax Compliance Act) 보고 의무도 추가된다.

미국은 해외 근무자에 대해 최대 약 $120,000까지 소득 공제를 제공하는 Foreign Earned Income Exclusion 제도가 있지만, 이 역시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만 적용할 수 있다. 해외 체류 기간이 불충분하거나, 소득의 성격이 배당·이자·자본이득 등이라면 해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많은 미국 국적 디지털 노마드들이 시민권을 포기하거나, 합법적으로 ‘과세 최적화’ 구조를 설계하는 전문 회계사와의 협업을 택하고 있다.

미국의 이러한 조세 체계는 “떠나도 자유롭지 않은 나라”라는 특징을 가지며, 디지털 노마드의 세금 전략 수립에 가장 많은 주의를 요구하는 국가 중 하나다. 단순한 소득세뿐 아니라 해외 자산, 금융 계좌, 법인 지분까지 포괄적으로 신고해야 하므로, 미국 국적자는 어떤 나라에 있든 세금 위험 관리가 필수적이다.

3. 한국: 거주자 요건 충족 시 전 세계 소득 신고 대상
한국은 미국과는 달리 거주자 기준 과세 원칙을 따르고 있다. 한국 세법에 따르면, 1년 중 183일 이상 국내에 거주하거나, 국내에 가족·주거지를 두고 있다면 ‘거주자’로 판정되며, 이 경우 국내외 모든 소득에 대해 세금 신고 의무가 발생한다. 반대로, 장기 해외 체류와 국내 주소지 해지, 국내 소득 단절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비거주자로 전환될 수 있고, 이 경우 국내 발생 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이 매겨진다.

문제는 디지털 노마드의 경우, 거주국 판정이 불명확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실제로는 포르투갈이나 태국에 장기 체류하고 있으나, 가족이 한국에 있고 국민건강보험을 유지하고 있다면, 한국 세무 당국은 여전히 ‘거주자’로 판정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경우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입까지 모두 한국에 신고해야 하며, 신고하지 않으면 추후 가산세, 연체 이자, 과태료 등의 법에 따른 제재를 받을 수 있다.

또한 한국도 CRS(Common Reporting Standard)에 가입한 국가로, 해외 금융기관에 개설한 은행 계좌 정보가 자동으로 국세청에 공유된다. 즉, 외화 입금 기록이 포착될 수 있으며, ‘무신고 외화 소득’으로 간주하여 세무조사 대상이 될 위험이 있다. 한국 국적 디지털 노마드라면 반드시 체류국의 세법뿐만 아니라 한국 세법상 본인의 ‘거주자 여부’도 명확히 파악해야 한다.

4. 무세금 국가의 허와 실: 바누아투, UAE, 파나마 등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이 ‘조세 회피처’로 알려진 무세금 국가로 거주지를 이전하지만, 무세금이라는 말이 항상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바누아투, 케이맨제도, 세인트 키츠 네비스, 바하마 등은 소득세가 존재하지 않지만, 체류 요건이 명확하지 않거나, 거주자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이 까다로운 경우도 있다. 일부 국가는 장기 체류 시 현지 세법상 거주자 요건에 따라 과세가 가능하므로, 실제 체류일 수와 비자 유형에 따라 세금 리스크가 달라진다.

또한, **아랍에미리트(UAE)**는 2023년부터 법인세 제도를 도입했으며, 프리존에 속하지 않은 경우에는 해외 사업자라도 세금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개인 소득세는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체류 기간과 사업 범위에 따라 간접적인 과세 가능성이 존재한다. 파나마는 영토과세국으로, 파나마 내 발생 소득에만 과세하지만, 파나마 외 국가에서 벌어들인 소득에 대해서는 비과세다. 그러나 CRS 정보 공유 체계로 인해 해외 소득 흐름이 자동 보고될 가능성이 있으며, 무신고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결국 무세금 국가는 단순히 ‘세금이 없다’는 이미지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실질적인 과세 체계, 체류 조건, 국제 협약 참여 여부 등을 반드시 분석한 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5.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세금 신고 전략 가이드
디지털 노마드가 세금 문제에서 자유롭고 합법적인 위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핵심 전략이 필요하다:

1. 거주자 여부 명확화: 자신이 어느 국가의 세법상 거주자인지 명확히 파악하고 문서화해야 한다.

2. 해외 체류 기록 보존: 항공권, 비자, 호텔·렌트 계약서, 외국 통장 거래 내용 등을 통해 체류 사실을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3. 이중과세 방지협정(DTA) 활용: 체류국과 본국 간 DTA가 체결되어 있다면, 해당 조약을 활용해 세금을 최소화할 수 있다.

4. 전문가 자문 필수: 세무사, 국제 조세 전문가와 상담하여 세법상 리스크를 미리 파악하고 대응 전략을 세워야 한다.

5. 현지 등록 고려: 체류국에서 소득이 발생하고 있다면, 합법적으로 프리랜서 또는 법인으로 등록해 소득을 신고하고, 안정적인 조세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디지털 노마드의 라이프스타일은 자유로워 보이지만, 세금 문제는 오히려 더 복잡해질 수 있다. 국경을 넘나드는 시대일수록 ‘나는 어느 나라에 세금 신고를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히 국적, 체류일 수만으로 모든 게 해결되지 않으며, 소득의 구조, 금융 흐름, 국제 협약까지 고려한 종합적 세금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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