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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지털 노마드 비자의 핵심은 ‘합법적 체류’가 아닌 ‘과세 여부’다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비자는 최근 몇 년 사이 세계 추세로 급부상하고 있다. 다양한 국가는 외화 유입과 관광 산업 진흥을 목적으로, 원격 근무자를 위한 전용 장기 체류 비자를 신설하거나 기존 체류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는 특히 유럽과 동남아,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히 도입되고 있으며, 포르투갈의 D7 비자, 에스토니아의 디지털 노마드 비자, 조지아의 Remotely from Georgia 프로그램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와 세금: 국적 vs 거주지 기준 완벽 해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 디지털 노마드 비자의 목적과 한계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 가장 흔한 오해는 “비자를 받았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서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이는 실질적으로 법적 체류 허가와 세금 납부 의무를 혼동한 것으로, 두 개념은 완전히 다른 법적 영역에 속한다. 비자는 단지 ‘체류의 합법성’을 보장할 뿐이며, 세금은 해당 국가의 세법에 따라 거주자 또는 비거주자로 분류된 이후 부과되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디지털 노마드 비자는 ‘경제활동 금지’ 조항을 포함하고 있으며, 현지 시장에서 소득을 올리지 않고 해외 고객으로부터 수익을 받는 것을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 기간 이상 해당 국가에 체류하거나, 생활의 중심이 그 나라로 이동한 경우, 해당 국가는 **세법상 거주자(Tax Resident)**로 간주하고 전 세계 소득에 대해 과세 권한을 주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지아는 365일 중 183일 이상 체류할 경우 자동으로 거주자로 분류되며, ‘소규모 사업자(Small Business Status)’ 등록을 통해 낮은 세율(1%)로 세금을 낼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에 포르투갈의 D7 비자 소지자가 NHR(Non-Habitual Residency) 제도에 등록하지 않으면, 일반적인 누진세율이 적용되며 48%에 달하는 고세율을 부담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은 디지털 노마드가 ‘세금이 자유로운 사람’이라는 일반적인 환상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디지털 노마드 비자가 있다고 해서 세금을 면제받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납세 의무가 시작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특히 체류국의 세법 구조나 거주자 판정 기준에 대한 이해 없이 장기 체류할 경우, 어느 날 예기치 않게 ‘세금 폭탄’을 맞게 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게다가 국제적인 금융 투명성이 강화됨에 따라, 해외 체류자에 대한 세무 정보 교환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CRS(공동 보고 기준) 시스템으로 인해, 디지털 노마드의 해외 소득이나 외국 계좌 내용도 본국 세무 당국에 자동으로 통보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어디서 세금 신고도 안 하고 그냥 조용히 돈 벌고 살면 된다’는 전략은 점점 더 통하지 않게 되었고, 오히려 신고 누락 시 세무조사와 과태료,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따라서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준비하는 사람은 비자 승인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세법상 납세 의무와 리스크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단순히 '합법 체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세금까지 포함한 전체적인 법적 프레임워크 속에서 자신의 활동을 설계해야 진정한 자유로운 글로벌 워커가 될 수 있다.

2. 세금은 국적이 아닌 ‘거주지’ 기준으로 부과된다
디지털 노마드들이 가장 많이 오해하는 것 중 하나는 ‘국적이 세금 납부 기준’이라는 착각이다. 특히 한국 국적자들은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해외 소득이 한국 세금과 무관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르다. 국제 조세 체계의 기본 원칙은 ‘국적이 아닌 거주지 기준’에 따라 세금을 부과한다는 점이다. 국적을 기준으로 전 세계 소득을 과세하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 미국과 에리트레아 단 두 나라뿐이며, 나머지 대부분의 국가는 세법상 ‘거주자(Tax Resident)’를 중심으로 과세권을 행사한다.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 국가에서는 ‘과세 거주자’의 판정 기준으로 체류 일수(보통 연간 183일 이상), 주소지 등록, 경제적 이해관계(가족, 자산, 사업 등)를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면 비록 외국 국적자라 할지라도 세법상 거주자로 분류되어, 해당 국가에서 전 세계 소득에 대한 신고 의무와 납세 의무가 발생한다. 반대로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비거주자로 분류되어, 해당 국가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만 세금이 매겨진다.
예를 들어 한국 국적자가 포르투갈에서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받고 1년 이상 거주했다고 가정해 보자. 체류일이 183일을 넘고, 현지 은행 계좌 개설 및 생활비 지출 등으로 인해 실질적 거주 사실이 인정된다면, 포르투갈 세법상 자동으로 거주자로 분류된다. 이 경우 포르투갈은 이 디지털 노마드의 **전 세계 소득(global income)**에 대해 과세권을 주장할 수 있고, 해당 소득이 포르투갈 국세청(Finanças)에 신고되지 않을 경우 세무조사, 벌금, 심지어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반대로, 이 디지털 노마드가 일정 요건을 충족하여 한국 세법상 ‘비거주자’로 분류될 경우, 한국에서는 한국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만 과세된다. 예컨대 국내 부동산 임대 수익, 한국 소재 회사로부터 받은 급여 등이 그 대상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해외 거주사실 증빙이 필요하며, 국세청은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거주자로 간주하고 이중과세 또는 세무 리스크를 발생시킬 수 있다.
이처럼 국적은 단지 시민권의 기준일 뿐, 세금과 직접적인 연관은 거의 없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생활과 경제활동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가”, 즉 거주 국가가 어디이며 그 국가의 세법상 나의 지위가 무엇인가이다. 디지털 노마드가 어느 나라에 세금을 내야 할지를 결정하려면, 국적이 아닌 **‘세법상 거주자 여부’와 ‘소득 발생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여기서 한 가지 더 주의할 점은, 어떤 나라는 거주자의 판정 기준이 단순히 ‘체류 일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은 생활 중심성 테스트(center of vital interests), 즉 가족, 소득원, 주소지, 소비 패턴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거주자를 판정한다. 따라서 디지털 노마드는 “나는 이 나라에서 오래 머물렀지만 돈은 다른 나라에서 벌었으니 세금은 낼 필요 없다”는 생각을 쉽게 할 수 없으며, 복잡한 세법 해석과 현지 자문이 필수적이다.
결국 글로벌 시대의 디지털 노마드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단순히 ‘비자’나 ‘국적’이 아니라, 자신이 법적으로 어디에 세금상 거주자로 간주되는가, 그리고 그 국가의 세법이 자신의 소득 구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명확히 이해하고 설계하는 것이다.

3.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국가별 세법 적용 사례
실제 국가별로 디지털 노마드에게 어떻게 세금을 부과하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더 명확해진다.
**조지아(Georgia)**는 디지털 노마드에게 최대 1년 무비자를 제공하고 있으며, 연 소득이 75,000 GEL(약 3,000만 원) 이하인 경우 소규모 납세자 제도를 통해 세율을 1%까지 줄일 수 있다. 다만 183일 이상 체류 시, 자동으로 세법상 거주자로 간주한다.
포르투갈은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D7 비자와 NHR(비거주자 세제 혜택) 제도를 함께 운영한다. 거주 첫 10년간 특정 소득에 대해 세율을 낮춰주지만, 실제로는 NHR 등록을 하지 않으면 일반 세율로 세금이 매겨지며, 상당히 높은 누진세 구조가 적용된다.
**발리(인도네시아)**는 아직 디지털 노마드 비자가 도입 초기 단계이지만, 장기 체류 시 최대 30%의 외국인 과세율이 적용된다. 또한, 가상자산 거래나 해외소득에 대한 투명한 신고가 요구된다.
이처럼 나라마다 과세 방식과 혜택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히 “디지털 노마드에게 좋은 나라”를 찾기보다는 소득 구조와 세법 구조가 일치하는 나라를 선택해야 한다.
4. 세법상 ‘거주자’ 판정 기준: 단순 체류 일이 아니다
많은 이들이 ‘183일 체류 규칙’만 알고 있지만, 실제 세법상 거주자 판정은 체류일 외에도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 주요 기준은 다음과 같다.
해당 국가 내 실질적인 거주지 존재 여부
가족 또는 경제적 이해관계(부동산, 법인, 클라이언트 등)의 위치
자녀의 교육 여부 및 주소지 등록 상태
생활비의 주요 지출 위치
은행 계좌 및 통화 사용 국가
예를 들어 한국에 주소지를 두고, 가족이 있으며, 주요 거래처도 한국이라면 해외에 체류 중이라도 ‘한국 세법상 거주자’로 판정될 수 있다. 반대로, 해외 국가에 일정 기간 이상 거주하며 경제활동이 이루어진다면 해당 국가에서도 세금 납부 의무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CRS(공동 보고 기준)에 따라 다국적 금융정보가 자동 공유되고 있어서, 체류 국가에서 수입을 신고하지 않거나, 고의로 누락할 경우 이중 처벌까지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5. 합법적인 세금 전략: ‘국적 vs 거주지’의 틈을 이용하라
디지털 노마드가 세금을 전략적으로 설계하기 위해서는 국적과 거주지 간의 법적 간극을 활용해야 한다. 다음과 같은 방식이 효과적이다.
거주지 없는 상태 유지: 6개월 이상 체류하지 않으면서도, 특정 국가에도 거주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하면 일부 국가에서는 비과세 상태가 유지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세금 우대 국가 선택: 조지아, 파나마, 아랍에미리트 등은 디지털 노마드를 위한 저세율 제도를 운영한다.
DTA(이중과세 방지협정) 확인: 한국과 체류국 간 협정이 있다면 세금을 한쪽 국가에만 낼 수 있도록 조정이 가능하다.
소득 구조 정리: 어디에서 수익이 들어오고, 어디에 정산되고, 어디에 지출되는지를 명확히 정리하고 구조화하면 세법 적용이 훨씬 수월하다.
세무 전문가 활용: 국제 조세에 특화된 회계사 또는 세무사와 정기적으로 컨설팅을 받으면 불필요한 세금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결국 디지털 노마드는 ‘세금에서 자유로운 존재’가 아닌, **‘세금 구조를 설계할 수 있는 유연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 국적과 거주지 사이의 틈을 이해하고, 그 안에서 합법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바로 진정한 글로벌 워커의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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