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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노마드의 증가와 함께 각국 정부는 이들의 세금 회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소득에 대한 실질 과세, 고정사업장 없는 온라인 근로에 대한 규제, 무비자 체류 중에 발생하는 외화 수익 감시에 이르기까지 세무 조사 시스템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디지털 노마드를 타깃으로 한 세무조사 강화 사례를 중심으로 각국의 대응 전략과 제도적 변화, 그리고 노마드 개인이 취해야 할 리스크 관리 전략을 구체적으로 분석한다.
디지털 노마드 과세 대상화를 위한 시스템화된 국가 전략
디지털 노마드는 국경을 초월한 수익 활동으로 인해 ‘세법 회색지대’에 존재한다. 그러나 다수의 국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기로 결정했고, 디지털 노마드를 실질적인 과세 대상으로 편입하기 위한 기술적·법적 조치를 점차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포르투갈,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이탈리아 등의 국가는 디지털 노마드의 경제 활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과세로 연결하는 시스템을 정비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포르투갈은 2023년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도입함과 동시에, 외국인의 체류 기간과 외화 수입 기록을 자동 연계하는 과세 추적 시스템을 구축했다. 출입국관리 시스템, 은행 외화 송금 기록, 렌트 계약서, 인터넷 IP 로그 등을 통합하여 외국인의 체류 목적과 경제활동 여부를 세무 당국이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시스템은 단순한 '체류 관리'가 아니라, 노마드의 활동 장소와 소득 발생 여부를 포착하기 위한 ‘디지털 과세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또한 2022년부터 외국인 단기 체류자의 외화 송금을 감시하는 자동화된 시스템을 도입했다. 외화 수령액이 일정 금액을 초과하거나, 동일인의 송금이 반복되는 경우 자동으로 세무조사의 대상에 포함되며, 이에 따라 무비자 체류 중 수익 활동을 하는 디지털 노마드가 실질적으로 과세 대상이 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국가별 대응은 단순히 '신고를 유도'하는 수준이 아니라, 디지털 기반 세무 감시 체계의 시스템화라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의미한다.
세법상 고정사업장(PE) 기준 확대와 디지털 근로자에 대한 새로운 해석
기존의 국제 조세 체계는 물리적인 공간, 즉 고정사업장(Permanent Establishment, PE)을 기준으로 과세권을 판단했다. 그러나 디지털 노마드의 출현으로 고정사업장이 없는 상태에서도 장기간 경제 활동이 이루어지는 현상이 보편화되었고, 이에 따라 각국은 고정사업장 개념의 해석을 확장하고 있다.
프랑스 국세청은 2023년부터 반복적인 무비자 체류와 온라인 경제활동을 수행하는 외국인을 대상으로 ‘디지털 사업장(digital PE)’ 개념을 시험 적용하고 있다. 실제로는 사무실도 직원도 없지만, 일정 지역에서의 지속적인 원격 근무와 반복된 고소득 발생이 입증되면 해당 지역에 ‘가상 사업장’이 존재한다고 간주하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디지털 노마드는 특정 국가에 일시적으로 체류하면서도 그 활동이 사업성과 연계된 경우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이탈리아 또한 ‘이익귀속지(origin of benefit)’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해, 수익이 창출된 디지털 활동의 장소가 그 자체로 과세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이는 노마드가 비거주자로 체류하더라도, 일정한 장소에서 일관된 온라인 경제 활동을 지속한 경우, 소득이 ‘현지에서 발생한 것으로 간주’되어 과세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이러한 변화는 디지털 노마드에게 실질적인 과세 리스크를 안겨준다. 단순한 무비자 체류라도, 해당 국가에서 수익 창출의 흔적이 남으면 언제든 세법상 과세 대상으로 전환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글로벌 정보 공유 시스템(CRS)과 자동화된 세무 정보 수집
디지털 노마드는 국가 간 이동이 자유롭고, 다양한 해외 계좌를 통해 수익을 분산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세금 회피 가능성이 높다고 여겨진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OECD는 'CRS(Common Reporting Standard)'라는 국제 금융정보 자동 교환 시스템을 각국에 도입했고, 이미 100개 이상의 국가가 참여하고 있다.
이 시스템하에서는 금융기관이 외국인의 계좌 정보를 해당 국세청에 자동으로 보고하며, 이는 실시간으로 본국 국세청과 공유된다. 디지털 노마드가 특정 국가에서 계좌를 개설하고 수익을 수령하는 순간, 해당 정보는 자동으로 해당 국가의 과세당국에 전송되고, 이는 세법상 거주자 여부 판단 및 소득 누락 탐지에 활용된다.
특히, 싱가포르와 홍콩은 기존에 조세회피처로 악용되던 국가들이었지만, CRS 체계의 도입 이후 외국인 계좌에 대한 감시가 강화되었다. 한국의 경우, 국세청이 외국계 은행으로부터 수집한 정보를 통해 매년 수천 건의 해외 소득 누락 사례를 적발하고 있으며, 디지털 노마드 역시 이 대상에 포함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가 세무 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해외 금융기관에서의 활동 흔적은 자동으로 추적될 수 있으며, 특정 국가에서의 장기 체류가 병행될 경우 해당 소득은 현지 과세 대상으로 자동 분류될 수 있다. 이러한 글로벌 연계 시스템은 더 이상 회피가 아닌, 투명한 세무 전략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를 겨냥한 세무조사 사례와 리스크 대응 전략
2023년 이후 실제로 디지털 노마드를 대상으로 한 세무조사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태국에서는 무비자로 장기 체류하며 현지에서 프리랜서로 수익을 창출한 영국 국적 디지털 노마드가, 출입국 기록과 은행 송금 내용을 근거로 조세 회피 혐의로 기소된 사례가 있다. 이 사건은 체류 목적과 수익 발생 구조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세무조사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포르투갈에서는 미국 국적의 디지털 노마드가 노마드 비자 없이 2년간 반복 체류하면서도 전 세계 수익을 신고하지 않은 사실이 적발되어, 소급 과세 및 벌금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그는 미국 외 국가에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CRS 기반 정보 교환 시스템을 통해 포르투갈 세무당국이 자산 내용을 파악했고, 이는 직접 과세로 이어졌다.
이러한 사례는 단순한 신고 누락이 아니라, ‘의도적인 세무 회피’로 간주되어 벌금과 과세 소급, 그리고 향후 체류 제한까지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디지털 노마드는 세무 리스크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며, 다음과 같은 실무 전략을 적극 도입할 필요가 있다.
▲ 체류국 세법상 거주자 여부 사전 분석
▲ 조세조약(DTA) 체결 여부 확인 후 증명서 발급
▲ 자국 또는 조세 우호국의 거주자로 등록하여 글로벌 소득 신고
▲ 클라이언트 계약 시 업무 장소를 특정하지 않도록 주의
▲ 일정 소득 이상의 경우 세무 컨설턴트와 자문 계약 체결
정책이 바뀌는 속도보다 디지털 노마드가 적응하는 속도가 늦을 경우, 예기치 못한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시대는 이미, '노마드의 자유'보다 '노마드의 세금'을 더 예리하게 관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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